꽃 / 김춘수

꽃 / 김춘수


 


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


그는 다만


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


 


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


그는 나에게로 와서


꽃이 되었다


 


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


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


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


그에게로 가서 나도


그의 꽃이 되고 싶다


 


우리들은 모두


무엇이 되고 싶다


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


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